AI 모델·가상인간 광고는 실제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으로 만든 인물이나 디지털 캐릭터가 제품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광고를 말합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인물과 가상 인물의 차이, 소비자가 혼동하기 쉬운 지점, 그리고 광고를 볼 때 확인해야 할 표시 기준을 중심으로 쉽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실제 인물 광고와 가상인간 광고는 무엇이 다를까
예전의 광고 모델은 대부분 실제 사람이었습니다. 연예인, 운동선수, 인플루언서, 전문가, 일반 소비자처럼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이 제품을 사용하거나 추천하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소비자는 광고 속 인물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 사람이 직접 써본 걸까?”, “실제 전문가가 말하는 걸까?”, “유명인이 추천할 정도면 믿을 만한가?” 이런 판단은 구매 결정에 꽤 큰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AI 모델과 가상인간 광고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화면 속 인물이 사람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얼굴, 목소리, 표정, 말투, 직업 설정까지 모두 인공지능이나 3D 그래픽 기술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가상인간이 쇼핑몰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할 수도 있고, AI로 만든 전문가가 건강식품을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영상 속 인물이 자연스럽게 눈을 깜빡이고 웃으며 말하면 소비자는 실제 사람이라고 느끼기 쉽습니다.
차이는 단순히 “진짜냐 가짜냐”에만 있지 않습니다. 실제 인물 광고에서는 모델의 평판, 실제 경험, 사회적 책임이 어느 정도 따라옵니다. 유명인이 제품을 추천했다면 그 사람의 이미지도 함께 걸립니다. 전문가가 등장했다면 전문 자격이나 소속 기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가상인간은 설정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오늘은 피부 전문가처럼 보이고, 내일은 다이어트 코치처럼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가 그 설정을 실제 경력으로 오해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상인간 광고가 매력적입니다. 촬영 일정을 맞출 필요가 적고, 모델료나 장소 섭외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한 명의 가상 모델을 여러 나라, 여러 언어, 여러 연령대 콘셉트로 변형하기도 쉽습니다.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언제든 외모와 분위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상인간과 AI 인플루언서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Grand View Research는 전 세계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가 2024년 60억 6천만 달러였고, 2030년에는 458억 8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연평균 성장률은 40.8%로 제시됐습니다.
하지만 광고에서 중요한 것은 효율만이 아닙니다. 소비자가 광고 속 인물의 정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가상인간이 가상인간임을 명확히 밝히고 등장한다면 새로운 광고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 모델 착용 이미지입니다”라고 표시된 쇼핑몰 사진은 소비자가 참고용 이미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표시가 없거나 너무 작아서 실제 모델, 실제 전문가, 실제 소비자로 착각하게 만드는 경우입니다.
이 지점에서 실제 인물과 가상 인물의 차이는 소비자 보호 문제로 이어집니다. 단순한 이미지 연출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품의 효과, 안전성, 신뢰도를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건강식품, 화장품, 의료서비스, 금융상품, 교육상품처럼 소비자의 판단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누가 말했는가”가 정보의 무게를 바꿉니다.
소비자는 언제 가상인간 광고에 혼동할까
소비자가 가장 쉽게 혼동하는 순간은 광고 속 인물이 너무 실제처럼 보일 때입니다. 사람 얼굴과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단순히 외모만 보고 가상인간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피부결이 조금 매끄럽다거나 배경이 깔끔하다는 정도로는 구별하기 힘든 광고도 많습니다. 오히려 요즘의 가상인간은 실제 인물보다 더 안정적이고 완성도 있게 보이기도 합니다.
혼동이 특히 커지는 경우는 “전문가처럼 보이는 가상인간”이 등장할 때입니다. 흰 가운을 입은 인물이 “20년 경력 전문가”처럼 말하거나, 교수처럼 보이는 사람이 제품 성분을 설명하면 소비자는 쉽게 신뢰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그 인물이 실제 의사나 교수인지 확인되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광고 속 역할과 실제 자격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8일 공정위는 생성형 AI 등으로 만든 가상인물을 활용한 광고에서 ‘가상인물’임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하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했습니다. 개정 이유로는 실제 인물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의사·교수 등 전문가를 만들어 상품을 광고하는 사례가 적지 않고, 소비자가 실제 전문가의 추천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제시됐습니다.
유명인을 닮은 AI 광고도 소비자 혼동을 키웁니다. 실제 연예인이나 방송인이 제품을 추천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이 돌아다니면, 소비자는 “저 사람이 광고를 찍었나 보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목소리까지 비슷하면 더 믿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영상이 딥페이크나 AI 합성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소비자는 광고의 출처와 진위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피해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AP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AI로 만든 조작된 전문가나 딥페이크 유명인이 식품, 의약품, 다이어트 제품, 화장품, 불법 도박 사이트 등을 홍보하는 사례가 문제가 됐습니다. 같은 보도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확인한 식품·의약품 관련 불법 온라인 광고가 2023년 약 5만 9천 건에서 2024년 9만 6,700건 이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상인간 광고가 더 조심스러운 이유는 반복 생산이 쉽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 사람을 섭외해 수십 개의 광고를 찍으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AI 모델은 같은 얼굴로 수많은 문구와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타깃에 따라 “엄마 추천”, “의사 추천”, “직장인 후기”, “전문가 분석” 같은 버전을 빠르게 바꿀 수도 있습니다. 광고가 많아질수록 소비자는 같은 제품을 여러 사람이 추천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후기 형식입니다. 가상인간이 “제가 직접 써봤어요”라고 말하면 소비자는 실제 사용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인간에게는 실제 경험이 없습니다. 제품을 먹어본 것도 아니고, 피부 변화를 겪은 것도 아니며, 병원 진료를 받은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사람처럼 말하고 감정을 표현하면 소비자는 이를 경험담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바로 이 부분이 AI 모델·가상인간 광고에서 가장 민감한 지점입니다.
표시제도와 확인 습관이 필요한 이유
가상인간 광고를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AI 모델은 광고 제작 방식의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패션 쇼핑몰에서 다양한 체형과 스타일을 보여주거나, 실제 촬영이 어려운 장면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브랜드 캐릭터처럼 활용하면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전제는 분명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그 인물이 실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표시제도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소비자는 광고를 볼 때 정보의 출처를 알아야 합니다. 실제 전문가의 조언인지, 실제 소비자의 후기인지, 아니면 AI로 만든 가상 인물의 대사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합니다. 표시가 없다면 소비자는 광고 속 인물의 신뢰도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인공지능기본법 시행령 관련 정부 설명에 따르면, 고영향 AI나 생성형 AI를 활용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AI 사용 사실을 사전에 알려야 합니다. 또한 생성형 AI 결과물과 사회적 부작용이 우려되는 딥페이크 결과물은 이용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광고를 볼 때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먼저 광고 속 인물이 실제 사람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름, 소속, 경력, 공식 계정이 있는지 살펴보면 도움이 됩니다. 전문가처럼 보이는데 이름이 없거나, 소속이 불분명하거나, 검색해도 아무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신중하게 봐야 합니다. 특히 건강, 미용, 금융, 교육 광고에서는 이 확인이 더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AI 또는 가상인간 표시가 있는지 봐야 합니다. “AI 모델”, “가상인물”, “AI로 생성된 이미지”, “가상 모델 착용컷”, “AI 음성 사용” 같은 문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표시가 광고 하단에 작게 숨겨져 있거나, 영상이 끝날 때 잠깐 지나간다면 소비자가 충분히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좋은 표시는 눈에 잘 띄고,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추천 문구를 그대로 믿지 않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전문가 추천”, “유명인이 선택”, “실제 후기”, “효과 입증” 같은 표현은 구매 욕구를 자극합니다. 하지만 누가 추천했는지, 어떤 근거가 있는지, 실제 자료가 공개돼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가상인간 광고는 말투가 자연스럽고 화면이 세련돼 보일수록 더 강한 신뢰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겉모습보다 출처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AI 모델·가상인간 광고의 핵심 쟁점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투명성입니다. 가상인간이 가상인간임을 밝히고 등장한다면 소비자는 그 광고를 참고용 콘텐츠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 인물처럼 꾸미고, 실제 경험이 있는 것처럼 말하고, 전문가 자격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면 소비자 혼동이 생깁니다.
앞으로 광고 속 인물은 점점 더 자연스러워질 것입니다. 실제 사람과 가상 인물의 경계도 더 흐려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는 광고를 볼 때 “이 사람이 진짜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인물이 어떤 근거로 이 말을 하고 있는가?”를 물어봐야 합니다. AI 시대의 광고를 안전하게 보는 방법은 복잡한 기술을 모두 이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표시를 확인하고, 출처를 살피고, 과장된 추천을 한 번 더 의심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습관만 있어도 가상인간 광고로 인한 혼동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